좋아하면 울리는 감정을 수치화한 앱이 바꿔놓은 사랑의 풍경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은 천계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감정을 수치화하고 시각화하는 가상의 애플리케이션 좋아요 알람을 통해 청춘의 사랑과 선택, 성장과 관계를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이른바 ‘좋알람’이라 불리는 이 앱은 반경 10미터 이내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알람을 울려 감정의 존재를 알리게 합니다. 처음에는 참신한 설정처럼 보였던 이 기능은 곧 드라마 전체의 중심축이 됩니다. 사람들의 감정이 숨겨질 수 없는 세상, 좋아한다는 표현을 기술이 먼저 대신하는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더욱 복잡한 감정에 휘말립니다. 마음을 들킬까 두려워 감정을 숨기던 사람들,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질지 확신하지 못해 고백을 미루던 사람들 모두 ‘좋알람’이라는 도구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감정의 기계화라는 상상력에서 시작되지만, 본질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이 기술에 의해 외부로 노출될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고 상처받습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그런 모순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김조조, 감정을 감추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소녀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김조조라는 소녀가 있습니다. 그는 어릴 적 가족을 잃고, 이후 친척 집에서 머물며 눈치와 현실 사이에서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아왔습니다. 밝고 씩씩한 척하지만 내면은 무너져 있고, 세상과의 거리를 조심스럽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조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알람을 울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차단하는 일종의 방패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됩니다.
조조는 좋아하는 감정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자신을 철저히 지키려 하고, 이로 인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사랑을 원하면서도, 누구보다 사랑을 피하는 인물입니다. 조조는 마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감정과 닮아 있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표현을 미루고, 거절당할까 두려워 진심을 숨기는 모습이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그의 복잡한 심리는 극의 전개와 함께 점차 변화합니다. 리얼하고 절제된 감정 연기로 조조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김소현 배우의 연기는 드라마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조조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진정한 보호인지, 아니면 새로운 고립의 시작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두 남자 사이의 선택이 아닌, 사랑의 방식에 대한 고민
좋아하면 울리는은 흔한 삼각관계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그 구조 속에는 두 남자 인물의 사랑 방식과 감정 표현의 차이를 조명하는 깊은 서사가 존재합니다. 황선오는 조조를 만나자마자 마음을 숨기지 않고 직진합니다. 모델 출신의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그는 감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반면, 이혜영은 조조를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사랑해 온 인물로, 그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드라마는 이 두 방식이 정답과 오답이 아닌, 각기 다른 사랑의 형태임을 보여줍니다. 선오의 사랑은 뜨겁고 솔직하지만 상대방의 상처를 헤아리기엔 너무 직선적이었습니다. 반면 혜영의 사랑은 따뜻하고 조심스럽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결국 조조는 어떤 사랑이 자신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는지 고민하고, 그 선택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감정적 성장의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선오와 혜영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조조를 이해하려 하고, 각자의 상처와 마주하며 성장해 갑니다.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이 조조를 중심으로 갈등만을 일으키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단순히 누가 더 잘 어울리는가의 문제를 넘어서,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시즌 2, 감정에 마주한 어른들의 사랑과 선택
시즌 2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이 시점에서 좋아하면 울리는은 청춘물의 색채를 일부 걷어내고, 어른이 된 이들이 여전히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을 그립니다. 조조는 여전히 방패 기능을 끄지 못하고 있으며,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반면 선오는 성공한 모델로 성장했지만, 조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감정의 과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혜영은 조조와의 관계를 지켜가려 애쓰지만, 조조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기의 이야기는 감정 표현이 더욱 어려워진 어른들의 관계를 보여주며, 기술과 감정 사이에서 진짜 위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기술은 감정을 자동으로 알려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위로나 공감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집니다. 시즌 2는 누가 조조의 옆에 남느냐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조조가 진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내면의 여정을 그려냅니다. 방패를 끄는 순간은 단지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조조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성장의 선언입니다. 이 결심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나의 감정은 기술에 맡길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꺼내야 할 용기인가.
기술이 감정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선택
좋아하면 울리는은 기술이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결국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를 이야기합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람 하나로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감정이 진짜인지, 상처는 없을지, 서로의 마음은 얼마나 닿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이 드라마는 좋아요 알람이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 청춘의 진심, 관계의 진정성, 감정의 용기를 담아냈습니다. 앱이 울리지 않아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울린다고 해서 진짜 사랑인 것도 아니라는 이 역설은, 결국 사랑이란 감정은 스스로 확인하고 표현해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 줍니다. 김조조는 우리 모두의 거울입니다. 감정을 숨기고 싶은 마음, 아프기 싫은 마음,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믿고 싶은 마음까지. 그 모든 감정을 안고 성장해 가는 이 드라마는 단지 청춘 로맨스가 아닌, 우리 모두의 내면을 건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결국 말합니다. 사랑은 기술로 대신할 수 없으며, 진짜 사랑은 마음을 열고 마주할 때 시작된다고 말입니다.